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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민생 덮친 코로나…흔들리는 충청 민심

  • [데일리안] 입력 2020.03.22 10:31
  • 수정 2020.03.24 11:19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코로나 확산에 '청정 지역'에도 번지는 공포감

보령시민 "세종·서산·군산, 근처까지 다 왔다"

터미널 삼엄한 경계, 약국선 마스크 '옥신각신'

충남 공주의 한 약국에 마스크 관련 안내가 겹겹이 나붙어 있다. ⓒ공주(충남)=데일리안 정도원 기자충남 공주의 한 약국에 마스크 관련 안내가 겹겹이 나붙어 있다. ⓒ공주(충남)=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충청(忠淸)의 충(忠) 자를 세로로 내려쓰면 중심(中心)이 된다. 그동안 거대 양당 중 어느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중심, '정치적 중원' 충청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계속되는 민생경제의 어려움에 코로나19 확산 위기까지 겹치면서 당장은 총선 분위기가 수면 아래로 잠겼지만, 표심이 어떻게 발현될지는 모를 일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역 역전 로터리에는 택시가 세 줄로 겹겹이 늘어섰다. 택시기사들은 다들 택시를 비워두고 밖에 나와 대화를 나눴다. 손님이 오지 않은지 한참 됐는지 첫 번째 순번의 택시마저 기사가 없었다.


조치원 개인택시기사 강모 씨는 "신도시에 가자고 하면 가지만, 거기서 영업은 하지 않고 부리나케 올라온다"며 "손님이 있어도 태우지 않고 그냥 온다. 괜히 겁나서…"라고 말했다. 이날까지 조치원 등 북세종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청정 지역'이었지만, 정부청사가 있는 남세종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었다.


CGV세종으로 가달라는 말에 강 씨는 "갔다가 손님만 하차시켜드리고 무조건 올라오려 한다"며 "청정은 청정대로 놀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많은 곳은 많은 곳대로, '청정 지역'은 청정 지역대로 공포가 지역사회의 활력을 좀먹고 있었다. 14일 충남 보령종합터미널에 시외버스가 도착하자 승하차장으로 통하는 터미널의 모든 문을 폐문하고 오로지 문 하나만 열어놓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버스를 타고온 승객들이 그 문으로 일렬로 나가자, 열화상카메라를 세워놓은 두 사람이 '매의 눈'으로 승객들을 살폈다. 아직 '청정 지역'인 보령을 지켜내려는 노력이다.


이날 보령에서 만난 50대 남성 이모 씨는 "보령은 아직 (확진자가) 없다"라면서도 "세종이나 서산, 이 근처까지는 다 와있지 않느냐. 군산도 (확진자가) 있다"라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확진자가 없는 '청정 지역'이라고 해서 '마스크 대란'은 예외가 아니었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보령 신제일병원앞 약국에는 30~100개의 마스크가 있는 것으로 조회됐다. 하지만 막상 찾아가보자 마스크는 없었다.


약사는 "입고대기로 걸어놨는데 아직 바뀌지가 않는다"며, 마스크가 남아있는 다른 약국이라도 알려달라고 항의하는 내방객에게 "우리가 다른 약국에 마스크가 있는지 없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다른 약국에서도 우리 약국을 조회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하느라 바빴다. 약국 문을 나서는 그 순간에도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약국 곁에 차를 세우고 있었다.


오창읍 중심상업로, 단축영업 속 인적 간데 없어
창업 100년 불꺼진 유성호텔, 어둠에 잠긴 유성
'코로나는 물럿거라' 플래카드…구호로 극복?


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중심상업로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의 폐업한 점포에 여러 다른 임대 광고가 붙어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중심상업로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의 폐업한 점포에 여러 다른 임대 광고가 붙어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충청권의 경제 활동은 눈에 띄게 위축됐다. 12일 저녁 청주 청원 오창읍 중심상업로는 도로명 명칭이 무색하게 오가는 사람 없이 네온사인만 번쩍이고 있었다. 평소 24시간 영업을 하던 사우나나 찜질방도 전부 문을 닫거나 단축영업에 돌입했다. 한창 장사를 하다가 접은 듯한, 기존 간판도 채 철거하지 못한 채 겹겹이 임대를 알리는 공실 점포를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전의 3대 부도심이자 대표적 번화가인 유성온천 일대도 얼어붙었다. 13일 저녁 도착한 대전 유성은 1920년 개업해 올해로 개업 100주년을 맞이하는 지역의 랜드마크 유성호텔이 전면 셧다운에 돌입한 관계로, 불이 완전히 꺼져 있어 말그대로 어두컴컴했다.


이튿날 오전 유성에서 만난 60대 남성 김모 씨는 "유성 뿐만 아니라 어느 도시든 지금 다 썰렁하지 않겠느냐"며 "이번 달에 월급 못 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유성호텔도 한 달간 사업장 전체를 폐쇄하며, 전 직원이 무급휴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유통센터 앞에는 파란 색깔의 '코로나는 물럿거라 대덕구민 납시신다'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실제로 현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12일 청주 청원구 오창읍에서 만난 30대 여성 송모 씨는 "조금씩 수그러드는 것 같다"며 "미국 의회에서는 왜 한국 같이 빨리 대응하지 못하느냐고 우리를 대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더라"고 뿌듯해 했다.


법인택시, 사납금 깎아줬는데도 80%가 못 맞춰
투표해서 2주 동안 차 세우자는 '극약처방'까지
"IMF 때도 안 이랬다. 4월달까지 가면 다 도산"


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중심상업로에 위치한 유명 사우나가 찜질방의 전면 휴장과 사우나의 단축 영업을 공고하고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중심상업로에 위치한 유명 사우나가 찜질방의 전면 휴장과 사우나의 단축 영업을 공고하고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충청권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코로나 확산 위기와 민생경제 파탄으로 인한 다양한 삶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법인 소속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걱정이 컸다.


청주 S교통 이모 씨는 "청주에 법인택시회사가 23개인데, 마당에 가면 택시가 다 서 있다"라며 "전부 허덕이니까 사납금도 못해서 자꾸 결근들을 한다. '착한 임대인 운동'도 하고 여론이 그러니까 회사에서도 사납금을 내려주긴 했는데 그것도 못한다"라고 전했다.


청주 S택시 김모 씨도 "법인택시들이 지금 3분의 2는 차고에 서 있다"라며 "열두 시간을 해도 (집에) 가져가는 것은 없고 간신히 사납금만 맞춘다. 체감온도가 IMF 때보다 훨씬 안 좋다"라고 털어놨다.


대전 M운수 김모 씨는 "돈벌이가 잘돼서 어느 정도 입금액이 되고 하면 조금 일찍 들어가는 차도 있는 법인데, 지금은 입금액을 못 채우니까 손님은 없는데 빈차만 늘어난다"며 "이게 4월달까지 가면 다들 아마 도산될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김 씨는 "우리 회사가 사장이 참 잘해주는 편이라 입금액을 깎아줬는데도 불구하고 80%가 입금액을 못 맞춘다"라며 "회사에서도 더 깎아줄 수도 없는 것이 지금 내려준 것으로 운영비를 못 대 손실이란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투표를 해서 차를 2주간 아예 세우자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러면 2주간 아무 수입이 없게 되는데 어떻게 하느냐"라며 "2주간 영업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해서 채우라는데, 이 불경기에 직원 쓰던 사람들도 무급으로 돌린다는데 (다른 일을 찾는다는 것은)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법인 아닌 개인택시라고 해서 삶이 나을 리 만무했다. 16일 오후 7시 무렵 롯데시네마 청주용암점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만난 개인택시기사 남모 씨는 "아침 8시에 나와서 여태 돌아다닌게 6만5000원 찍었다"라며 "평소에는 13~14만 원 정도 찍었는데 지금은 반밖에 안 된다. 한 시간씩 빈차로 돌아다닌다. 경제가 큰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약 한 시간 뒤 청주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면서 만난 개인택시기사 함모 씨는 "새벽 2시에 나왔는데 18시간 일했는데도 남는 게 없다"라며 "IMF 때도 안 그랬다. 서민들이 너무나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확진자 접촉한 자가격리자 부러워하는 희극도
"코로나 생기기 전에도 경기는 좋지 않았다"
"소득 3만2천달러인데 1000원 마스크 못 사나"


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중심상업로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에서 기존에 영업하던 점포의 간판과 시설물도 채 철거하지 못한 상황에 임대를 알리는 광고가 내걸려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충북 청주 청원구 오창읍 중심상업로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에서 기존에 영업하던 점포의 간판과 시설물도 채 철거하지 못한 상황에 임대를 알리는 광고가 내걸려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이러다보니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확진자와 접촉한 자가격리자를 부러워하고, 자가격리자는 화를 내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청주에서 만난 50대 김모 씨는 "아는 형님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주위에서 그 형님을 보자 '열을 재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러더라"며 "무슨 말인가 했더니 확진자를 만났단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씨는 "2주 전 새벽에 보건소·질병관리본부·시에서 다 전화가 왔다더라. 2주간 자가격리하는데 감옥살이 '저리가라'라더라"며 "가족 얼굴도 못 보고 형수는 밥을 방문 앞에 놓고서 '거기 문앞에 뒀으니까 먹으라'고 같은 집에 살면서 전화 건단다. 교도소는 밥을 줘도 사람 얼굴은 보면서 받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처음에는 나라에서 햇반과 라면, 물티슈를 주더니 2주 동안 격리돼 있다가 나오니까 77만 원을 줬단다"라며 "우리가 '2주 동안 쉬고 77만 원이면 괜찮다'라고 했더니, 그 형님이 '너 한 번 해보라. 감옥보다 더하다'라고 화를 내더라"고 전했다.


경제활동이 아닌, 생각하지 못한 측면에서 고생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청주에서 만난 70대 남성 김모 씨는 배우자와 손자·손녀를 대신해서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을 서 있었다. 김 씨는 "아이들 방학이 안 끝나고 집에 있으니 집사람이 죽을 맛"이라며 "꼬박꼬박 밥을 먹여야 하지, 어딜 돌아다니지를 못하게 해야지, 애들도 애들대로 예민해져 있다"고 말했다.


딸과 사위는 맞벌이를 하다보니 손주를 맡을 사람은 70대 친정어머니밖에 없었던 셈이다. 김 씨는 "손자 손녀가 여덟 살 다섯 살인데, 한창 뛰어놀 아이들이 밖에도 못 나가게 하니 죽으려고 한다"며 "그나마 우리는 봐줄 사람이 있으니까 다행이지, 없는 사람들은 직장은 다녀야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되레 남을 걱정했다.


먹고살기 어려운 문제를 전부 최근의 코로나19 위기 탓으로 돌리려는 것을 경계하는 생각도 엿보였다.


청주 흥덕구 봉명사거리에서 만난 한모 씨는 "코로나 생기기 전에도 경기는 안 좋지 않았느냐"라며 "우리 같은 일반 서민들은 다른 것이야 어떻게 되든 잘 모르겠고, 먹고사는 문제가 쉬워야 정치를 잘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창읍에서 만난 정모 씨는 "열받는 게 뭐냐면 지금 이 코로나 사태에서 (국민소득) 3만2000달러가 되면 뭘하느냐. 1000원짜리 마스크 사려고 몇 시간씩 기다렸다가 사지도 못하는데"라며 "문재인정권 들어와서 계속 적폐청산만 하고 있는데 조선시대 것이 나오지 않는 게 다행이다. 지나간 것을 뭘 그리 따지느냐. 정치보복하는 것 아니냐"라고 열변을 토했다.


극심한 국론분열 여파…민심 전하는 것도 꺼려
"민주당 골수분자들은 같이 얘기 못해 피한다"
택시기사 "들은 것 말 않겠다…기분 나쁠까봐"


충북 청주 상당구 용암동의 한 건물이 통째로 임대 나와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충북 청주 상당구 용암동의 한 건물이 통째로 임대 나와 있다. ⓒ청주(충북)=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이렇듯 공포가 지배하고 민생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24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 대한 관심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현 정권 출범 이후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국론 분열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선거에 대한 생각을 남에게 밝히는 것 자체를 꺼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종에서 만난 60대 이모 씨는 "완전 민주당 골수분자들 있지 않느냐. 그런 사람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저렇게 견고하다"며 "같이 얘기를 못한다. 그러니까 피한다. 그 사람들은 완전히 그렇게 박혀 있어서 대화가 안 된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쏟아냈다.


청주 택시기사 남 씨는 "선거 이야기 하시는 분은 열 명이면 열 명 똑같은 소리를 하는데, 내가 손님에게는 전하지 않겠다. 서로 생각이 있으니까 기분 나쁘기 때문에 안 전하려 한다"고 하다가 "열 명 다 평가가 좋지 않다. 장사하시는 분들이 타면 '기사님은 어떠냐. 나는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투표를 해보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4·15 총선을 제때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생각이 엇갈렸다.


세종 60대 이 씨는 "이달 안까지 (코로나를) 못 잡으면 (선거를) 못한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령 50대 이 씨도 "누가 감염자인지 알 수가 있느냐"라며 "안정이 되면 모르지만 안정이 되지 않으면 선거는 연기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령에서 만난 또다른 이모 씨도 "지금 현재 상황으로 딱 봤을 때는 (총선을) 못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상태가 계속되면 누가 (투표를) 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반대로 청주 S교통 이 씨는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며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 아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주 택시기사 남 씨도 "마스크 쓰고 들어가서 띄엄띄엄 하면 되지 않겠느냐"라며 "(투표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 60대 김 씨는 "마스크 사러 약국이나 하나로마트·우체국 같은데 서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면 투표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라며 "지금 아까도 나오다보니까 약국 앞에 줄을 100m는 섰더라"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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