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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한폐렴' 공포…'차분함'과 '불안함'이 교차하는 대림동

  • [데일리안] 입력 2020.02.03 05:00
  • 수정 2020.02.03 15:26
  •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차분하게 일상 지켜가는 중국동포

타지역 한국인들은 불안감 감추지 않아

세밀한 방역 시스템 구축에 만전

대림중앙시장 인근의 한 골목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대림중앙시장 인근의 한 골목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5618번 버스에 일회용 마스크가 비치되어 있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5618번 버스에 일회용 마스크가 비치되어 있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지난 31일 오전, 구로구 대림역으로 향하는 5618번 버스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박스째로 비치된 일회용 마스크였다. 비치된 마스크 너머에는 하얀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운전대를 잡은 오모 씨가 있었다.


오 씨는 평소 5618번 버스에 중국인이 "엄청 많이 탄다"고 했다. 중국 우한에서 창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에 대한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 그는 서울시가 일회용 마스크를 제공해 비치해뒀지만 "내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며 "동료들도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싶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실제로 해당 버스엔 서울시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배포한 '예방행동수칙' 안내문이 좌우측 창문과 하차 문, 총 세 곳에 붙어있었지만 모두 한국어로만 제작돼 있었다.


대림역 정거장에 내려 지나가는 버스를 살펴봤다. 일부 마을버스를 제외하곤 대다수 버스에 마스크가 비치돼있었다. '한성여객'이 운행하는 일부 노선에는 '필요에 따라 마스크를 1장씩 뽑아 사용하라'는 버스 회사 자체 안내문까지 붙어있었지만, 영어나 중국어 안내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림역 인근 한 상점에서 상인과 고객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대림역 인근 한 상점에서 상인과 고객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오후를 맞은 대림중앙시장은 한산하고 차분했다. 대다수 행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대림동 중국동포 거리에서도 적잖은 상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13년 전 대림중앙시장에 터를 잡았다는 한 중국동포는 "깨끗하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쓴다"며 "사람이 줄어들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에는 물론이고 가게를 찾은 손님을 응대할 때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다만 중국어를 구사하는 중년 남성 몇몇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며 가래침을 뱉었다. 개중엔 걸어 다니며 주위를 살피지 않고 침을 뱉는 이도 있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침과 콧물 등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인·중국동포, 한국인의 혐오·기피 가능성에 우려
한국인, 거주민과 비거주민 견해차 상당해


버스기사 오 씨의 말대로 중국인과의 소통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한국어로 말을 건네면 고개를 젓거나 손사래를 쳤고, 영어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간혹 웃어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화가 가능했던 이들은 모두 중국동포이거나 10년 이상 한국 생활을 이어온 이들이었다.


대림중앙시장 인근에서 만난 '야쿠르트 아줌마' 박경희 씨 역시 10년 전 중국을 떠나왔다고 했다. 박씨는 자신의 아들도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다며 "우리 애한테도 주변사람들에게도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우리 사장님이 이런 거(일회용 마스크·장갑)를 너무 잘 챙겨준다"며 "일할 때 항상 착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출신'에 대한 일각의 반감에 대해선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선 나쁠 게 없다고 본다"면서도, 혐오나 기피로 이어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잠시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들렀다는 50대 여성 김모 씨는 20년 전 중국을 떠나 한국에 정착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좀 걱정이 되긴 한다"면서도 "마스크 쓰고 손 잘 씻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차분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중국동포들과 달리 우리 국민들의 시선은 크게 엇갈렸다. 지역주민들은 지나친 경계심이 지역주의나 혐오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지만, 거주민이 아닌 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12년 가량의 유년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다는 20대 남성 남모 씨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관련된 것보다 중국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는 게 문제인 것 같다"며 "모든 중국인을 폄훼하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림중앙시장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그는 "대림동이 너무 위험하진 않은데 중국인이 많다는 이유로 대림동 오기를 꺼려하는 친구들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철저한 방역과 예방을 하면 된다. 제한적으로 얘기하는 건 아쉽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군포에서 업무차 대림역 인근을 찾고 있다는 60대 여성 남모 씨의 의견은 달랐다. 대림역 11번 출구 앞에서 마스크를 끼고 오피스텔 분양 관련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던 그는 "솔직히 너무 무섭다"며 "여기 오는 게 너무 꺼려진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한지 두 달여가 됐다는 그는 "(두 달 전보다) 확실히 길에 사람이 없다"며 "꼭 와야하는 사람만 오는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요즘엔 식사도 (도시락을) 싸와서 사무실에서 먹는다"며 "사무실 사람들도 밖에 잘 나오려고 하질 않는다. 길거리를 좀 방역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방역 시스템 구축에 박차
열화상 카메라 설치 및 자율 모니터링단 구성


현장에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움직임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는 이날 서울시 빅데이터 등록외국인 현황(2016년 기준)을 바탕으로 중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3개동(대림2동·구로2동·가리봉동) 주민센터를 찾아 관련 대응책에 대해 문의했다.


대림중앙시장 인근에 자리한 대림2동 주민센터에선 문을 열자마자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리에 있던 모든 직원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테이블마다 손소독제가 비치돼있었다.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는 안내문은 한국어와 중국어 버전이 각각 마련돼있었다. 무엇보다 주민센터 한 켠에서는 열화상 카메라 설치가 이뤄지고 있었다.


대림2동 주민센터 내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대림2동 주민센터 내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주민센터 관계자는 해당 장비 설치와 관련해 "사전에 문서로 통보가 된 것"이라며 "향후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1339(질병관리본부)나 보건소 쪽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른 주민센터의 장비 설치 계획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다른 주민센터들은 "우리 쪽엔 지시가 없었다"고 했다.


구로2동 주민센터에선 구로구청 기획경제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적극 대응을 위한 – 상시모니터링 시스템 구성·운영 기본계획'에 따라 관련 대책이 마련되고 있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구로구는 지역 내 중국인 거주자가 많은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중국어에 능통한 다문화 단체 회원을 '예방 모니터원'으로 지정해 중국인들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전망이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구로2동에서는) '다문화 명예 통장' 14명을 위촉해 중국 현지인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월요일(2월 3일)에 구로구청 차원의 발대식을 가리봉동 주민센터에서 갖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관련 행사를 맡은 가리봉동 주민센터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과 관련해 "주민센터 차원에서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원·행정팀의 한 중견 공무원은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응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잘 모른다"며 다른 직원에게 응대를 떠넘기기도 했다. 응대를 대신 맡은 직원은 3일 오후 2시에 구청 차원의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만 확인해줬다.


구로구청 기획경제국이 마련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책을 담은 관련 문서.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구로구청 기획경제국이 마련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책을 담은 관련 문서.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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