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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트엔 종이박스만 덩그러니…“장바구니도 박스도 불편한 걸 어쩌라고!”

  • [데일리안] 입력 2020.01.03 06:00
  • 수정 2020.01.02 23:03
  • 최승근 기자

테이프, 끈 없애면서 무거운 상품엔 박스 사용 불안 ‘그림의 떡’

대형 장바구니로 대체할 수 있다는 환경부…박스와 장바구니 효용성 달라

테이프, 끈 없애면서 무거운 상품엔 박스 사용 불안 ‘그림의 떡’
대형 장바구니로 대체할 수 있다는 환경부…박스와 장바구니 효용성 달라


2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마트 양평점을 찾은 소비자가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에 상품을 담고 있다.ⓒ데일리안2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마트 양평점을 찾은 소비자가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에 상품을 담고 있다.ⓒ데일리안

“박스는 두는데 테이프와 노끈을 치운다? 박스를 쓰지 말라는 것 아니냐! 마트에서 파는 장바구니도 재활용이 안 되는 재질이긴 마찬가지인데 뭐가 환경정책인지 도통 모르겠다.”(60대 주부)

“결국 온라인 쇼핑만 이용하라는 얘기인가요. 택배로 받는 상품은 다 종이박스나 테이프 같이 재활용 안 되는 포장재를 쓰는데, 대형마트는 안 되고 온라인은 되는 건 무슨 논리인지 원!”(30대/여)

시행 첫날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마트 종이박스 사용 현장을 확인 보기 위해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와 마포구에 위치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매장을 둘러봤다. 일부 매장엔 자율포장대에 테이프가 비치돼 있었지만 대부분 종이박스만 제공하고 있었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플라스틱 테이프와 노끈이 갑자기 사라진 2020년 새해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마트 직원에게 테이프를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 준비성 좋은(?) 쇼핑객은 집에서 가져온 테이프를 이용해 종이박스에 물건을 담아가기도 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세일이 겹쳤던 새해 첫날에는 곳곳에 소동이 있었다. 아무 준비 없이 마트를 찾았다가 무거운 상품을 담은 종이박스 밑면이 터져버리면서 구입한 물건이 바닥을 나뒹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겪은 소비자도 많았다. 이 때문인지 2일에는 직접 테이프를 준비해 온 소비자들이 보였던 것이다.

특히 생수나 세제 등 무거운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 중에서는 불편한 기색으로 계산대로 돌아와 마트가 새로 제작한 대형 장바구니를 구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대형이라도 장바구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그대로 카트에 실어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장을 무시한 전형적인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비난도 잇달았다. 종이박스 퇴출은 대형마트와 환경부 간 자율협약에 따른 것이라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정부 정책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종이상자를 묶거나 고정할 수 있는 테이프, 노끈 등을 치워 박스가 무용지물이라는 의견부터 종이박스의 경우 이미 사용된 박스를 다시 사용하는 것인데 왜 사용을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들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반발에 기존에 비해 부피가 큰 대형 장바구니를 대안으로 제시한 대형마트와 정부에 대한 불만도 거셌다.

◆환경부 생각대로 대형장바구니 사용하면 불편 해결될까

앞서 기자가 보도한 종이박스 퇴출 기사에 환경부 담당 공무원은 “중소형장바구니를 이용하여 담기 어렵다는 건 마트사별로 대형장바구니를 마련했다는 걸 아시고 (기사를) 쓰신 걸로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가짜뉴스)를 제공하실 목적인걸로 보입니다.”라는 이해 하기 어려운 항의 메일을 보낸 바 있다.

그래서 과연 환경부가 연연하는 대형 장바구니는 얼마나 효율적인지 확인 해 봤다. 마트가 새로 제작한 대형 장바구니가 종이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지 직접 같은 분량의 상품을 구매해 장바구니와 종이박스에 각각 담아봤다.

현재 대형마트 3사에서는 46리터~56리터 크기의 대형 장바구니를 3000원~4000원의 보증금을 받고 대여해주고 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롯데마트 양평점에서는 46리터 크기의 대형 장바구니를 3000원의 보증금을 받고 대여하고 있었다.

가로 50㎝, 세로 23㎝, 높이 40㎝ 크기의 장바구니의 부피는 46리터. 자율포장대에서 가져온 종이박스(스낵류)는 가로 54㎝, 세로 37㎝, 높이 24.5㎝로 약 49리터 크기다.

생수와 아기 기저귀, 가공식품, 세제 등을 구입해 동일하게 담아본 결과 종이박스는 공간이 남은 데 비해 장바구니는 손잡이를 쥐기 힘들 정도로 공간이 가득 찼다.

46리터 대형 장바구니(왼쪽)와 약 49리터 크기의 종이박스에 같은 수량의 제품을 담은 모습. 장바구니는 가득찬 반면 종이박스는 윗부분을 펼치면 50%가량 공간이 더 생긴다.ⓒ데일리안46리터 대형 장바구니(왼쪽)와 약 49리터 크기의 종이박스에 같은 수량의 제품을 담은 모습. 장바구니는 가득찬 반면 종이박스는 윗부분을 펼치면 50%가량 공간이 더 생긴다.ⓒ데일리안

구매하는 제품의 부피나 무게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슷한 부피의 종이박스의 경우 상자 덮개 부분을 위로 올려 고정시키면 50% 이상 더 많은 상품을 담을 수 있어 기본 용량에서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마치 대형 장바구니만 있으면 종이박스를 완전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늬앙스로 항의한 정책 담당자의 지적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생수 등 무거운 상품이 있을 경우엔 장바구니가 더 유용했다. 테이프나 노끈 없이 딱지접기 식으로 박스를 조립할 경우 무거운 상품이 아래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지만 올해부터 테이프, 노끈 등이 자율포장대에서 제공되지 않아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함만 더 커졌다. 종이박스가 있음에도 사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된 셈이다.

실제로 이날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만나 소비자로부터도 비슷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영등포구 양평동에 사는 40대 주부 신모씨는 “짐이 많으면 빌려주는 장바구니 한 개로 안 돼 여러 개를 사용해야 하지만 종이박스는 크기가 다양해 한 개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테이프가 없으면 결국은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마트에서 대여해주는 대형 장바구니 또한 종래에는 쓰레기가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대부분 마트에서 사용하는 장바구니는 폴리에스터 재질로 석유를 원료로 하는 합성 섬유다. 테이프나 노끈도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제공이 중단된 것인데 장바구니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이야길 듣고 직접 불편한 점을 눈으로 확인해 보니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대응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종이박스 문제는 대형마트와 환경부 간 자율협약을 통해 실시되는 사안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조금더 귀를 기울여 중재자 역할을 할 수는 없었던 걸까.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 하고 기업도 조금 더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제시해 주면 안되는 걸까. '기업이 한다고 했지 우리가 하라고 한 게 아니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은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공무원이 할 말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액체 불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에 대해 수출금지 조치를 단행했을 때 국내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주요 소재를 국산화하는 성과를 낸 바 있다.

포장대에 종이박스를 치우는 일은 정부 입장에서는 사소한 문제일지 몰라도 장보기가 일상인 국민들에게는 가볍지 만은 않은 문제다. 국가정책의 목표가 국민의 행복 증진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환경을 지키겠다는 그들의 대의 명분은 종이박스가 터져버려 마트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 처럼 소비자들의 발 밑에서 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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