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율 보증' 생보사 역마진 계약 10조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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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11월 13일 00:32:14
    '4% 이율 보증' 생보사 역마진 계약 10조 넘었다
    투자 수익률 3% 중반도 안 되는데…'4% 보장' 부채 10조679억
    기준금리 추락·IFRS17에 '먹구름'…애먼 고객들까지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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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1-08 06:00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투자 수익률 3% 중반도 안 되는데…'4% 보장' 부채 10조679억
    기준금리 추락·IFRS17에 '먹구름'…애먼 고객들까지 부담 우려


    ▲ 주계약 상 최저보증이율이 4%를 넘는 금리 연동형 보험 상품 부채 규모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한 상품에서 4%가 넘는 이율을 보장해야하는 계약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3% 중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 같은 계약들은 이미 모두 역마진의 늪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락으로 투자 여건이 더 나빠지면서 생보업계의 주름살이 점점 깊어가는 가운데 애먼 고객들까지 부담을 나눠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져만 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금리 연동형 보험 상품 부채 중 주계약 상 4%가 넘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해야 하는 대상은 총 10조679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9조9718억원)보다 1.0%(961억원) 늘어난 액수다.

    최저보증이율은 운용자산 이익률이나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최저 금리를 말한다. 금리 연동형 보험 상품은 시중 이자율 하락 시 고객에게 손실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때 최저보증이율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

    보험사별로 보면 한화생명의 최저보증이율 4% 초과 금리 연동형 보험 부채가 2조720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보생명(2조600억원)·삼성생명(1조8663억원)·오렌지라이프(1조274억원) 등의 해당 금액이 1조원 이상이었다. 이밖에 신한생명(9414억원)·미래에셋생명(5288억원)·메트라이프생명(4071억원)·KB생명(1567억원)·DB생명(1422억원)·ABL생명(692억원) 등이 최저보증이율 4% 초과 금리 연동형 보험 부채 상위 10개 생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보험 부채들은 대부분의 생보사들에게 역마진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굴려 얻은 수익보다 내줘야 할 보험금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생보사들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3.35%에 불과했다. 4%의 최저보증이율에는 0.65%포인트나 부족한 수치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보유 자산을 현금이나 예금, 부동산 등에 투자해 올린 성과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자산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더욱 문제는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를 넘어 제로금리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통상 금융 상품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투자 수익률도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보험사들로서는 지금보다 역마진에 따른 손실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 달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로 돌아가게 됐다. 시장에서는 내년 중 기준금리 인하가 두 차례 더 단행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에 더해 재무적 측면에서 짐을 무겁게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보험사에게 이중고를 안길 전망이다. 2022년 IFRS17이 적용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즉, 회계 상 자본이 줄고 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보험사만의 악재가 아니다. 고객들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보험사의 수익 악화는 장기적으로 가입자 전체 보험료에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는 추세 속 IFRS17 시행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맞물리면서, 과거 몸집 불리기 경쟁을 위해 경쟁적으로 팔았던 최저보증이율 상품이 생보사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특정 상품에서의 손실을 다른 영역과 공유하는 보험 사업의 전체적 구조를 고려하면, 역마진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들까지 알게 모르게 그 손실을 나눠지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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