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분루에도…北감싸기 급급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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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 분루에도…北감싸기 급급한 정부
    김연철 통일부장관 "北 평양경기 나름 공정한 조치했단 해석도"
    이념문제가 아닌 상식문제인데…'北 자극할라' 유감표명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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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10-20 02:00
    이충재 기자(cj5128@empal.com)
    김연철 통일부장관 "北 평양경기 나름 공정한 조치했단 해석도"
    이념문제가 아닌 상식문제인데…'北 자극할라' 유감표명도 못해


    ▲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남자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상식의 문제였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3차전은 비상식적 상황의 연속이었다. 평양 원정은 취재도 중계도 허락되지 않았고, 관중도 없는 '깜깜이 경기'였다. 선수단이 털어놓은 평양 체류기간 뒷얘기는 몰상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대표팀은 2~3시간 걸리는 육로나 서해직항로를 원했지만,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이틀에 걸쳐 평양에 도착해야 했다. 평양 순안공항에선 '소지품 종류와 수량까지 적어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컨디션 유지가 필요한 선수들은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3시간이 걸렸고, 선수단 버스는 시속 50㎞ 안팎으로 저속주행하며 시간을 끌었다.

    경기 전부터 우리 대표팀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승리를 기원하는 것이 아닌 '무사귀환'을 바라는 비상식적 상황에 직면했다.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국민들은 국제축구협회(FIFA) 홈페이지의 문자 중계에 의존하는 등 조선시대 '봉화'를 연상케 할 만큼 불편을 겪었다. 축구 팬들은 선수단이 귀국할 때까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반북정서' 높아지는데…정부는 '북감싸기' 급급

    성난 여론 사이에선 '우리 홈경기에서는 북측 대표팀에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평화의 물꼬를 틀수도 있지만, 민심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는 게 스포츠다. 국민들 사이에선 스포츠계 관례와 상식을 깬 북한을 향한 '반북정서'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북한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무관중 경기는) 북한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북측을 두둔했다. 야당 의원이 "북한의 태도를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치자 김 장관은 그제야 "(북한의 태도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유감표명 조차 하지 못하고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먼 나라 얘기하듯 했다.

    손흥민도 敵이 될 수 있는 '비상식' 막아야

    결국 문재인 정부의 '북한 눈치보기' 저자세가 스포츠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할 말은 하는' 상식적 관계에선 나오기 어려운 비상식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의 상습적인 도발과 생떼에도 애써 눈감아온 정부다. 태연하게 어깃장을 놓는 북한 행태에 우리 선수들은 악몽같은 평양 원정을 치러야했다.

    경기 후 남쪽에서도 상식이 뒤집혔다. 손흥민 선수가 귀국한 뒤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며 안도한 것을 두고 일부 친여성향 네티즌들은 "남북평화에 기여는 못 할 망정", "정치의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치가 끼어들자 진영논리에 따라 손흥민 선수마저 '적'으로 내몰린 것이다.

    여론은 일련의 비상식적 행태를 못 본 척하는 정부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같은 진영일수록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상황을 오판하지 않는다. 진영논리가 상식을 뛰어넘을 순 없다. 역설적으로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비상식적 집단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이제 정부가 바로 세워야할 것도 흔들린 남북관계나 무너진 지지층이 아니라 '상식의 붕괴'가 아닐까.[데일리안 =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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