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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의 Vape가 패션 아이콘이 되는 세상

  • [데일리안] 입력 2014.11.19 10:12
  • 수정 2014.11.19 10:23
  •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천덕꾸러기 흡연자에서 트렌드세터로 변신했다는 착각

서울 강남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서 매장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서울 강남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서 매장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어느새 연초담배는 점차 사라지고, 기계담배는 화려하게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어쩌면 인공의 맛에 자연의 맛(?)이 밀리고 있는 셈이다. 기계담배를 우리는 전자 담배라고 부르고 있다. 전자담배를 구입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하나는 담배값의 인상으로 차츰 담배를 끊으려는 과도기적인 수단으로 삼는 동기이다. 다른 하나는 연초담배보다는 전자담배가 안전할 것이며,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미 이 생각은 틀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니코틴 중독에 대한 경고를 전자담배에 적시해야 한다. 또한 담배를 끊는 금연율면에서도 둘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속속 보고 되고 있다. 똑같은 담배임에는 분명하다. 어쨌든 이 두 가지 동기에는 근본적인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바로 다름 아닌 공포이다. 담배를 끊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담배 가격 인상이 주는 경제적 부담이 두려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로 흡연으로 인한 배제의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하나의 소비 심리가 빠져 있다.  전자 담배를 소비하는 20-30대의 세대에게 해당될 수 있다. 바로 패션의 관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제품들은 시각적인 디자인은 물론 느낌이나 후각적 즐거움을 자극하고 있다. 억지로 담배를 끊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물건이 아니다. 간편한 사용과 용이한 보관의 이동성을 지닌 전자 담배 제품들은 다시금 담배피는 행위가 멋있는 것으로 재인식되게 하고 있다. 목걸이 형이나 파우치는 그 디자인이나 형태가 다양하다.

더구나 전자담배는 대부분 외국산이 많기 때문에 선진문물이나 해외 명품을 소비하는 모양새이다. 이는 마치 담배에 대한 경각심이 없을 때 담배를 멋으로 피우던 몇 십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사회문화적 풍경으로 보인다. 미국산 말보로 담배 선전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 강대국이라는 미국의 담배을 태우는 멋진 담배광고의 배우를 흉내내던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과거는 다시 현재 그리고 미래가 되는 듯 싶다. 말보로 담배를 광고하던 배우가 나중에 폐암에 걸려 사망한 일은 전자담배의 시대에도 계속 될지 모르겠다. 영국에서는 전자 담배에 대한 텔레비전 광고 실시를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도 해당되는 문제일 것이다. WHO는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고, 특히 어린아이들이 옆에 있을 경우 전자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당연히 텔레비전 광고는 반대한다. 

흡연이 멋있게 보였던 것은 기존의 자세나 태도보다 자유 분방해 보였기 때문이다. 흡연은 그 연기와 함께 동적이고, 저항적인 자세와 태도로 주목을 끌었다. 니코틴을 얻는 흡연은 심리적 이완을 시켜주는 것으로 보였다. 예술가들이나 사상가들이 스트레스를 담배로 풀려 했던 것이 더욱 대중매체를 통해서 상품화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전자담배는 그런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연초 담배를 피는 사람은 현재 죄인같이 되어버렸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흡연자는 건강에 밀접한 금연에 대한 의식이 없거나 금연도 못하는 의지력이 박약한 사람으로 간주된다. 저 사람은 건강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더구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덩어리일뿐이다. 전자 담배는 연초 담배처럼 지저분하지 않다. 다양한 향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찾게 된다. 라이터가 없어도 되며, 재나 꽁초로 쓰레기를 양산하지는 않는다. 거리에서도 실내에서도 전자담배를 핀다고 강하게 어필하는 사람은 없다.

자연 연초 담배를 피는 사람이 앞에 가면 피하거나 눈살을 찌푸리지만 전자담배는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상황이다. 청소년들은 전자 담배를 제지하는 교사들에게 오히려 항변을 하고 있다. 담배를 끊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학부모들은 이런 오히려 권장하고 있으니 교사의 처지에서는 일단 주춤거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적으로 엄연하게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 규정되어 있다. 

2014년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Vape'를 꼽았다. '전자담배를 피다'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금연에 대한 관심이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화두임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켰다. 올 한 해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대상이었다. 그런데 전자담배는 일렉트로닉 씨가렛이 아니라 Vape라는 단어를 통해 호기심어리게 만드는 신상품으로 등장했던 것이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담배를 재배하는 농민이나 이를 가공 제조하던 이들은 이제 설자리를 잃었다. 대신 자연을 통해 얻는 니코틴 담배가 아니라 인공적인 제품으로 만들어진 전자담배 제조업자들이 수익을 얻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천연의 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이나 의약품과는 달리 담배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전자담배의 활성화는 공포와 불안심리에다가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자신의 존재를 차별화 시키는데 과감히 돈을 지르는 심리가 투영되어 있다. 오히려 니코틴이 있고 중독성이 있어야 전자담배를 선호하게 된다. 아예 이런 요소가 없다면 피울 맛이 안나기 때문이다. 물론 담배와 같은 수준의 법적 규제와 조치, 사회문화적 인식이 확립된다면 전자 담배에 대한 소비도 그렇게 장미빛만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연초 담배를 피우는 배우자나 가족, 구성원을 백안시 하지만 전자 담배에 대해서는 이런 심리적 방어행위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살펴본 결과, 전자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또 하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천덕꾸러기 흡연자에서 마치 트렌드세터나 패셔니스타로 거듭날 수 있다는 환상이다.

글/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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