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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銀 자영업 대출 200조 돌파…가계 빚 회피 '꼼수'

  • [데일리안] 입력 2020.01.14 06:00
  • 수정 2020.01.13 10:26
  •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최근 1년 동안에만 13.5조 늘어…정부 규제 '풍선효과'

기업 대출 탈 쓴 가계 부채…부실 시한폭탄 '째깍째깍'

국내 4대 시중은행 자영업자 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국내 4대 시중은행 자영업자 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들이 개인사업자에게 빌려준 돈이 1년 새 13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가계 빚을 옥죄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서자, 겉으론 기업 여신이지만 실제로는 가계의 수요와 맞닿아 있는 자영업자 대출에 은행들이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은행들이 이자율 조정을 통해 고객들을 자영업자 대출로 더욱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 대출의 탈을 쓴 가계 빚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개인업자 대출 잔액은 총 204조5529억원으로 전년 말(191조769억원) 대비 7.1%(13조476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모든 곳들의 자영업자 대출이 일제히 증가세를 나타냈다. 우선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같은 기간 65조6312억원에서 69조2215억원으로 5.5%(3조5903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작은 편이었지만 여전히 큰 격차로 최대를 유지했다.


이어 신한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이 42조6640억원에서 46조7849억원으로 9.7%(4조1209억원)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하나은행 역시 41조5269억원에서 44조8320억원으로, 우리은행도 41조2548억원에서 43조7145억원으로 각각 8.0%(3조3051억원)와 6.0%(2조4597억원)씩 개인사업자 대출이 증가했다.


이 같은 시중은행들의 자영업자 대출 확대는 강화되고 있는 가계 부채 억제 정책의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상대로 사실상의 가계 빚 한도 총량제를 주문하면서, 대안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들에게 가계 대출 증가율을 5%대 이내에서 관리하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형 은행들이 이를 일찌감치 넘어서면서 속도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4대 은행들의 연간 가계 대출 증가율은 ▲신한은행 9.0% ▲하나은행 7.8% ▲우리은행 5.6% ▲국민은행 4.7% 등 순이었다.


이런 와중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상 여신에 주목한 까닭은 명목상 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특성 때문이다. 가계 부채 규제의 영향권 밖에 놓여 있는 대출이란 얘기다. 반면 자신이 직접 일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소규모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면, 가계 대출이든 개인사업자 대출이든 어떻게 돈을 빌려도 현실에선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결국 은행과 소비자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자영업자 대출에 속도가 붙은 셈이다.


이에 최근 은행들은 두 대출의 금리 차별화를 통해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 대출 이자율을 눈에 띄게 끌어 올리는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는 묶어두는 식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시중은행들의 지난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2.93%로 전월(2.67%) 대비 0.26%포인트나 올랐다. 이들의 개인사업자 운전자금 대출 이자율도 3.54%에서 3.56%로 다소(0.02%포인트) 상승하긴 했지만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자영업자 여신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은 위기감을 한층 키우는 대목이다.


지난 달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대출 금액은 총 51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잠재적인 부실을 나타내는 연체 차주 대출 비중의 경우 저소득 자영업자가 4.1%로 다른 자영업자(2.2%)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해당 수치가 2018년 말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90일 이상 장기 연체 차주의 대출 비중이 2017년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최근 장기 연체자의 대출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소득 대비 이자상환부담률이 상승하는 등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데 유의해야 한다"며 "사업 규모가 작고 업황 부진을 견뎌낼 여력이 부족해 경기둔화 시 대출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는 은행들이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개인사업자 대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가뜩이나 이자 마진이 줄어들고 규제로 인해 가계 대출에 제한이 걸리자,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일단 늘리고 보자는 식으로 자영업자 대출을 확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른바 가족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소상공인들에게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 빚과 분리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은행들이 오히려 나서서 가계 대출의 우회로로 꼼수처럼 자영업자 대출을 권하는 모습은 분면 잘못일뿐더러, 장기적으로 은행에게도 여신 건전성 악화에 따른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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